지난 월요일에는 12년만에 성균이를 만났다.
내가 대학원에 간 이후로 처음 만났는데, 지난 8년간 캐나다와 미국을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아리조나 쎄도나의 "단월드"라는 단체에서 음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강남역에서 만나서 닭갈비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갑자기 앨범을 꺼내든다.
보니까 Arang Park이라고 그럴 듯한 미국이름도 있고, 이번 앨범이 무려 4번째 앨범이라고 한다.
시시때때로 사인을 하는지, 외투 안주머니에는 사인펜도 매달려 있다. 올~~
올해는 미국 영주권도 나오고 해서, 대종상 음악상에 빛나는 작곡가(^^) 준성이형으로부터 1년간 작곡을 더 배워볼 생각이라고 한다. 원래 알던 사람이 이렇게 유명해지면 참 느낌이 묘하다 :)
원래 기계공학을 전공하던 성균이가 지금 음악의 길을 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었는데,
결국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재능이 쓰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professional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만나보니 마음 편하고 즐겁게 자신의 역할을 발견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참 기분이 좋았다.
단월드에서는 명상을 하고 마음을 어떻게 수련하는 지를 가르친다.
그러니, 성균이는 어느 면에서는 도인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음악도 치유/명상음악 장르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나는 사실 기라든지 단이라든지에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도인인 성균이와 이야기를 해 보니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이치들과 공통점이 참 많았다.
사람의 재능에 관한 것이나, 솔직한 대화의 중요성이라든가, 기타 여러가지가 그랬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공감이 많이 갔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공연은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서구의 공연을 보면 주로 연주자들이 정해진 레파토리를 잘 연습해서 틀리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고,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도 박수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 입장에서는 단절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연주자들이 이로 인한 공허감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의 음악들은 음악을 연주하는 중에도 관객의 추임새가 있어서 쌍방간의 소통이 되며,
이로 인해서 실제로 들었을 때 연주자나 관객이나 만족감이 크다고 한다.
소통이 이루어져서 마음이 전달되어야 좋은 연주라는 이야기를 듣노라니,
이건 회사에서의 이야기와도 참으로 비슷하여서 나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음악에 반응하는 좋은 관객들이 있을 때 좋은 연주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리더의 의견에 반응이 있고 소통이 있을 때 좋은 팀이 이루어진다.
우리 팀에서 회의를 하면 나는 자신있게 의견을 내놓는데 그건 내 의견이 맞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허술한 의견을 내놓을 때 그 허점을 얄짤없이 반박해 주는 팀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틀린 것을 보완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면 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깊이 공감한다.
박도인은 술이 좀 더 고픈 듯 하였으나, 비즈니스맨인 나는 화요일 출근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12시쯤이 되어서는 맥주집을 나왔다. 1년간 있는다고 했으니 분기마다 한 번씩 보기로 했다. :)
강남역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은 밤바람이 싸늘했으나, 왠지 회사일에서 느껴온 깨달음이
흔히 사람들이 도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은 뿌듯하였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나도 회사에서 더 열심히 도를 닦아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