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책임네 집에서 차들이를 했다.
우리 AceDB 팀은 집들이 대신 차들이를 주로 하는데, 차이는 가서 저녁밥을 먹느냐의 여부다.
아무래도 집을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밖에서 식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는 차들이가 부담이 없다. 물론 손에 들고 가는 선물도 가벼운 편이다. ㅋㅋ
그 날 Old Member로 권교수, 신선임, 상정씨도 왔었다. 원래 오기로 했었던 이교수와 강선임은 급사정들이 생겨서 아쉽게도 불참. 오래간만에 모여서 통신연에서의 안타까운 사정도 듣고, 홍책임의 얼리 어답터 라이프 시연도 보고, 위 게임도 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이 날 다과와 커피를 먹으면서 놀다가 갑자기 지난 번 팀에 공유했던 세미나 이야기가 나왔다.
진선임의 경우 그 날 내가 하고 싶었던 talk의 요지를 정확하게 기억해서 흐뭇했었는데, 신선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Talk에서 한 말 중에 "똑똑한 사람들은 왠만한 건 다 잘해서 그게 재능이라고 믿는 게 문제인데, 예를 들어 나의 경우도 좀 똑똑한 탓에 왠만한 건 잘한다..." 라는 부분이 너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나 보다. -_-; 강연을 듣고 다들 삐뚤어졌으려나? ㅋㅋ
차들이 자리에서도 살짝 이야기를 했지만, 너무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며 살기 보다는 서로 좋은 점들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잘 한다고 느낀다면 굳이 모자란다고 부인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물론 매일매일 talk에서처럼 "나 잘났소" 하면 왕따를 당하겠지만), 상대방이 잘 하는 것도 "참 잘하신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행복한 세계를 만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일전에 "아버지는 말하셨지" 라는 현대카드 CF 동영상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바로 요거..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씀하진 않으셨지만, 언제나 "겸양해라"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어릴적 누군가 손님이 오셔서 무언가 칭찬을 하시면 못 들은척 살짝 고개를 하방으로 내려서 흘려들어야 했고, 손님이 돈이라도 주실라치면 세 번은 사양하고 나서도 계속 주시면 받는 게 집안의 원칙이었다. 우리 삼남매는 어린 마음에 "저 손님이 네 번은 준다고 하셔야 할 텐데"라고 돈 받을 때까지 마음을 졸였었다. -_-;
이런 생활방식으로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살고 나니, 내 성격도 왠만큼 의뭉한 사람들은 찜쪄먹을 정도가 되었다. 누가 머리가 좋다고 하면 "천만에요" 하고, 과외가서 주스 한잔 드시겠냐고 하면 "괜찮습니다" 하고, 뭐 이런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겠다.
이런 과도한 겸양이나 예의가 내 인생에나 상대의 인생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된 한 Turning Point가 있었으니 바로 15년 전의 유럽 여행에서였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네덜란드 아가씨가 앉았다. 한참을 같이 앉아 가다가 갑자기 이 아가씨가 초콜렛을 내밀면서 먹을라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 입에서 자동으로 나온 대답은 "No thank you"... 그 사람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묻지도 않고 계속 혼자 먹었다. OTL...
기차를 타고 가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왜 자동으로 No thank you를 뱉었는가? 마침 옆에서 먹고 있던 것을 보면서 입맛도 다셨었고, 그 사람이 주는 것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었는데, 나는 왜 그랬을까??? 그러면서 내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에게 이런저런 칭찬이나 호의를 건넨 사람들에게도 늘 부정적인 반응으로 답해왔던 것을 깨달았다. "아닙니다", "안 먹어도 됩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등등등...
그런데, 그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되어 왔는가 생각을 해 보니, 별로 그렇지 않은 거였다.
예를 들어서 상대방이 나에게 "오늘 옷차림이 멋지다" 라고 말을 해 왔을 때 "아닌데요, 그냥 옷걸이에 걸린 거 입고 온 건데요?" 라고 말한다면 no more small talk인 거다. 거기서 끝!!!
그러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런 영광이~" 라고 말한다면 서로 웃으면서 기분이 좋은 거다.
세상이 밝아지고 즐거워질 수 있는 이런 간단한 이치를 나는 왜 그 때까지 몰랐을까. 그 사건 뒤에도 칭찬이나 호의를 받아들이는 내 태도가 변화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15년이 달라진 지금에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요새 같으면 "오늘 옷차림이 멋지다"고 누가 칭찬한다면 "예. 제가 한 fashion합니다. 하하하" 라고 대답할 확률이 99%이지 않을까? ^^
이렇게 나에 대한 호의나 칭찬을 덥썩덥썩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호의적인 제스춰를 취하고 칭찬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지난 번 Talk에서처럼 나의 뻔뻔함에 사람들이 경악하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짧은 인생에 서로들 잘하는 거 칭찬해 주면서 사는 것이 인생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나름 생각해 본다. 물론 솔직하면서도 겸손하게 사는 것이 가장 Best이겠지만, 거기까지 등업하는 데는 아직 실패하고 있다. <--- 흠 이건 일종의 겸손? ^^
아버지 죄송해요. 겸손하게 사는 건 뻔뻔한 저랑 안 맞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