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시간이 잘 가다 보니, 출장기 2탄을 출장 끝난 지 한 달만에 적게 되는구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벌써 다음주 월요일이면 중국에서 신규로 합류할 팀원들이 온다. :)
그럼 기억을 한달 전 남경으로 되돌려서...
간밤에 면접 준비를 끝낸 후, 쉐라톤 킹슬리 남경 호텔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쉐라톤 킹슬리 호텔은 방은 평범했으나 호텔의 명성답지 않게 좀 바닥이 지저분했다.
아, 실망이야..
호텔의 조식도 그저 맛이 그랬으나, 어쨋든 양은 든든하게 먹은 후 남경 연구소로 향했다.
남경 연구소에 들어가 보니 보안 시스템이 본사와 아주 흡사했다.
고층건물의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안 검색대를 층마다 유지하기 힘들어서,
아예 건물의 두 층 사이에 계단공사를 해 놓았다. 첨엔 뭐 이런 구조가 다 있을까 싶어 희한했다.
아래 사진은 면접장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아 면접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홍책임과 나.
창문 너머로 앞의 건물을 보니 아래와 같은 표어가 걸려 있다.
"노력초월 탁월추구"
우리 같으면 "노력을 초월해서 탁월함을 추구합시다" 정도로 적을 텐데,
중국말이다 보니 역시 조사나 접미어 같은게 하나도 없어서 저게 그대로 문장이 된다.
가끔씩은 중국말을 볼 땐, "정말 이렇게 말하면 다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그래서 사성이 발달했는 지도 모르겠다.
연구소장인 주상무님의 말씀에 의하면 짧은 단어를 네 번씩 말하는 것도 일반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하오"를 "하오하오하오하오"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들으면 "하어하어하어하어" 혹은 "하하하하" 이렇게 들린다 ^^
Anyway, 채용을 위해 온 지원자도 6명, 면접관도 6명이었다.
면접관은 나와 홍책임을 포함하여 그 쪽의 주소장님, 운영쪽의 이부장님, 인사과의 류커 과장, 그리고 그룹장을 맡고 있는 천하오 책임 등 6명이었다. 처음에는 나와 홍책임만 면접을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가 보니 남경 연구소 쪽에서도 기존 면접 프로세스가 있어서 혼합해서 해야 했다. 그래서 홍책임을 제외한 5명이서 기술, 경력, 의사소통 등을 종합으로 면접한 후 괜찮다 싶으면 홍책임이 다른 방에서 일대일로 기술적인 문제를 추가로 검증하는 것으로 하였다.
준비한 것을 실행하면 되는 홍책임과 달리, 나는 다른 면접위원들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준비한 것을 풀어야 할 지 좀 난감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준비한 문제나 면접 방식이 소장님이하 여러 분들의 마음에 괜찮았는지 나중으로 갈수록 준비한 질문들을 잘 써먹을 수 있었다.
특히 인사 쪽에서 이번 면접을 위해서 정말 애쓴 수고가 보여서 고마왔는데, 신문광고를 하고 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에서 고르고 고른 후, 통화까지 하여 기초조사를 했다 한다. 처음엔 인사과의 류커과장이 지원자에 대해서 "이 사람은 형편이 이렇고 저렇고 특징이 어떻다" 라고 하는데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할 것 같아서 대강 흘려들었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최대한 인사쪽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준비한 것을 알게 되어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지원자들 중에는 탐나는 사람도 있었고, 실망스런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아주 뿌듯했던 케이스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남경대 컴퓨터공학과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지원자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이 지원자는 이력서가 특히 화려했는데, 주상무님의 말에 의하면, 고등학교도 명문이고 거기서도 장학금을 받았다면 아주 공부를 잘 한 것이라고 한다. 남경대는 중국 4대 명문대 중 하나이고, 직전 직장은 모토롤라이니 이 또한 훌륭하다.
예컨데 이력서 상으로만 보면 안 뽑을 이유가 전혀 없는 그런 인력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실제로 준비한 문제들을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니 영 수월하지 않다.
문제에 대한 이해도도,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문제를 해결하는 코딩도 모두 기대보다 못하다.
그래서 영 불안해서 홍책임 쪽으로 2차 면접을 보내고 이력에 현혹되지 말고 유심히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쪽에서도 문제의 해답을 거의 들려주어도 잘 진행을 못했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 인력에 대해서 "대학교에서 학점을 잘 따는 데만 노력한 인력이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배우고 일한 동안 직접 무언가를 고민한 경험이 있거나, 자기 손으로 직접 코드들을 만지면서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여러 문제에 대해서 다른 반응을 보였겠지. 엔지니어로서 자기 손으로 고생해서 만들고 고민한 경험이 없다면 좋은 엔지니어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사실 누군가를 떨어뜨려놓고 뿌듯하게 생각했다는 게 좀 아이러니칼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력서를 보고 나온 주소장님의 감탄만을 고려할 때에는 경력에 대한 문답만으로는 좋은 인력이 아니라고 판정하기 참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검증이 안 된 채로 뽑았을 텐데, 우리가 준비한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깔끔하게 잘 판정하게 되었으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첫날의 면접을 마치니 벌써 저녁시간...
연구소장님이 사주시는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