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3개월이 흘렀지만, 마지막 날의 에피소드를 안 쓸 수는 없지
머리 속에서 완전히 휘발되어서 날아가기 전에 빨랑 써두어야겠다. :)
면접도 잘 끝났고, KCC에서의 일도 잘 끝났고, 남은 일은 오전을 잘 보내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 점심무렵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다시 한 번 Houhai로 갔다. 예전엔 Houhai가 왕후의 바다인 줄 알았었는데, 간체를 좀 더 배우고 나니 Houhai의 의미는 "뒤쪽 바다"였다.
이 날은 호하이 호숫가를 따라서 찻집 차지아푸에 들렀다.
가기 전에 먼저 전화를 했다. 지난 번에 전통음악 연주를 못 들었는데 이번엔 들을 수 있냐고 했더니 처음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역시 이번에도 너무 급하게 연락해서 안 되는구나' 하고는 포기하고 호숫가나 보고갈까 했었는데, 30분쯤 후에 전화가 왔다. Musician을 한 사람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오우 럭키~~
강변을 걸어서 차지아푸로 고고씽~
Houhai 호숫가는 겨울에 얼음이 얼었을 때도 경치가 좋았지만 날이 풀리니까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하는 것이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차지아푸에 도착하니 약속한 Musician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도 되고 해서 요리와 국수를 시켜먹었다. 음식은 소고기에 치즈를 잔뜩 넣은 소고기 그라탕 같은 것이었는데 차지아푸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퓨전 음식이라고 한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120 Yuan 정도의 가격은 좀 과한 듯 하다.
게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주식으로는 뭘 먹을 거냐고 해서 국수를 시켰는데, 실은 저 치즈그라탕 같은 것을 안 먹고 그냥 국수만 먹어도 충분할 뻔 하였다. 국수도 좀 가격이 쎈 편이었지만 다행이 맛이 괜찮았다. 다음에 혹 이 곳에 가게 되는 이들이 있다면 점심으로는 간단히 국수나 한 그릇 먹고 차를 마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제 차를 주문해서 연주를 기다렸는데 한 10분 있으니까 연주자가 비파를 메고 도착했다.
연주자는 한 사람이었는데 처음엔 대학교 4학년쯤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가 말을 나누어 보니 고등학교 2학년이어서 깜짝 놀랬다. 차지아푸의 연주 시스템은 예고나 예대 혹은 음악을 배운 학생들을 섭외하여 아르바이트로 연주를 해 주는 듯 하였다.
역시 어려서 그런 탓인지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간간이 틀린 구석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_-, 나름 이 친구도 10년 가량을 배워왔고 성심껏 다양한 레파토리로 연주를 해 주었기 때문에 비파의 다양한 주법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렇게 연주자를 불러서 한 시간 음악을 듣는 데 드는 돈은 100위안(=15,000원)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아서 추웠던 터라 외투를 입은 채로 바로 한 곡을 연주~
비파 연주를 흥미롭게 지켜보노라니 비파란 게 의외료 연주법이 다양했다.
한 번에 두 줄을 안쪽으로 튕기기도, 바깥쪽으로 튕기기도 하고, 가끔은 몸통을 퉁퉁거리면서 때리기도 하고, 정말 연주기법이 다양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주법이 있냐고 물어보더니 하나 둘 손가락을 세더니 무려 1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나는 비파를 연주하는 기법이 많아야 서너개 있을 줄 았았는데, 오오옹 놀라워라~~
비파를 연주하던 학생은 영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질문은 차지아푸 주인할머니가 통역을 해 주셨다. 할머니 역시 멋쟁이~ :)
아래 사진은 연주 기법 중 하나로서 주먹으로 비파 몸통을 퉁퉁거리면서 치는 동작이다.
"저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도 해 봤다. ㅋㅋ
연주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순간은 어떤 왕이 죽기 직전을 묘사한 곡이었는데, 한참 연주를 하다가 갑자기 줄을 두 개 정도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풀린 줄을 손가락으로 튕기니까 치지치직하면서 끌리는 소리가 난다. 초패왕이 자결하기 직전의 순간을 묘사한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줄을 풀어서 비장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현악기는 항상 줄을 팽팽히 당기고 연주 전에 조율을 잘 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는 좋은 주법이었다. 그래, 연주란 악기를 빌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가 아니겠는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옳은 연주법!
매 곡이 끝날 때마다 곡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노래 중에는 "신장의 장미"라는 노래가 있었다(신장은 중국의 한 지방으로서 예전 위구르 족들이 살던 땅인데 예전엔 서하국이 있던 정도라고 봐야 하나? 아무튼 사막도 있고 벌판도 있고 그런 땅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팀 왕쉬 선임이 이 신장 출신이었다).
그런데 신장의 장미란 곡에는 노랫가사도 있다고 해서 그러면 비파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볼 수는 없느냐고 부탁했더니, 비파를 치면서 같이 부르기는 어렵고 노래만은 불러줄 수 있다고 하면서 일어나서 노래를 불러준다. '티셔츠의 캐릭터가 꼭 예전 카이스트의 궁금이 캐릭터와 비슷하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롭게 노래를 들었다. 나중에 왕선임이 신장출신이라는 걸 알고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잘 모른단다. 진짜 신장 출신인지 의심이 간다 ㅋㅋ
곡 사이사이에는 곡에 대한 설명도 듣고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물을 수 있었다. 내년엔 고3인데 그럼 북경의 음악대학에 진학할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유학을 갈 거라고 한다. 그래서 비파 연주를 가르치는 대학이 해외에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올해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전공을 바꿀 거란다.
"아니 연주 잘 하다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생각을 했는데, 자기는 너무 오랫동안 비파를 했더니 비파가 좀 지겹고 해외에 좀 나가보고 싶다고 한다... 뭐 그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게 2년 전공으로 배워서 해외 음악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
이 학생, 지금쯤은 북경 어딘가에서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려나? ~.~;;;
연주를 대강 마치고 나서는 비파을 한 번 만져볼 수 있냐고 했더니 조심조심 건네준다.
그래서 비파를 안고서 마치 내가 연주하는 양 사진을 한 장 찍어 봤다. ^^
값이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허거걱 1,000만원! 이제서야 갑작스레 앞으로 2년 피아노 해서 해외로 갈 거라는 말이 좀 이해될락 말락. 아마도 집이 부자? ^^
조심조심 건네던 손길도 이해가 갔다. 나도 다시 건네주면서 조심조심~ ^^
차지아푸에서 나와서는 쿤룬호텔에 들러 짐을 찾고 바로 북경공항으로 향했다.
북경 공항에서는 Priority Pass 라운지를 찾아 봤는데 역시나 있었다! 그래 제대로 된 공항이라면 PP라운지 하나는 꼭 있어야쥐! 방가방가하며 들어갔는데, 인천공항 것보다 넓은 대신 시설들이 별로였다. 무선 네트워크 설비는 가동중에 있었지만 설치되었던 유선 컴퓨터들 중에서 아쉽게도 네트웍이 제대로 되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
그런데, 라운지에 앉아있다가 흥미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중국어 신문, 영자 신문과 함께 러시아 신문도 제공되고 있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유럽 나라라고 생각을 해 와서 그런지 중국에서 러시아 신문이나 소식을 많이 들을 거라는 생각은 의외로 전혀 못하고 살았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러시아가 중국의 인접국 중에서 경계를 가장 많이 맞대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나를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우물안 개구리 신세는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남경과 북경을 다 들러본 이 출장은 날짜가 긴 만큼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타국에 가서 면접을 진행하는 경험도 하고, 몇 년 만에 동일한 장소의 발전을 지켜볼 수 있었기도 했고, 눈 앞에서 중국 음악의 연주를 듣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
또, 출장의 결과로 몇 명의 중국 엔지니어들이 AceDB 팀원으로 합류하여 일한 지가 벌써 몇 개월이 되어 가니 나름 과제진행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출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상 두달 열흘만에 남경 면접출장기의 대단원을 내린다. 빨리 평양 출장기랑 개성출장기도 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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