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신입사원의 경우 2달, 경력사원의 경우 4주를 입문교육 기간으로 잡아두고 있다.
경력사원의 경우 2주간을 에버랜드 바로 옆의 창조관이라고 하는 곳에서 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삼성그룹 인재개발원인가?
대리부터 부장까지 다양한 층이 섞여 있는 경력사원 교육 코스에는 최근에 "선배와의 대화"라는 코너가 마련되었다. 이 코너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존의 경력 입사 직원이 신입 경력 직원들에게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고, 각종 질문에 답하는 코너이다.
얼마 전에 이걸 좀 해 달라고 인사쪽에서 부탁을 받았었는데, 어제는 강사들에 대한 웍샵이 있어서 오후에 창조관에 방문하였다. 다시 방문한 창조관은 꽃이 한참 펴 있어서 참 좋았다. 교육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는 정문 앞 풍경과 희원까지의 길 등이 너무 고즈넉하니 좋아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있으면 퇴근길이 막힐 시간이지만,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인력개발원 바로 앞 삼거리
두 마리 해태가 지키고 있는 희원 가는 길
희원까지의 벚꽃 터널
바닥에 쭉 깔린 벛꽃
왠지 속세가 아닌 것 같은 세계같은 느낌을 주는 창조관
그리고, 소문의 에버랜드 T-Express
창조관에 다녀온 김에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가 삼성전자에 다닌 지도 벌써 여러 해 되었다. 햇수로는 벌써 여섯해가 된다.
요새의 삼성용어로 보자면 "후레쉬 박사"로 들어와서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아, 이 후레쉬 박사라는 용어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ㅋㅋ 볼 때마다 후레쉬맨 느낌이 난다)
선배와의 대화시간에 경력으로 입사한 누군가가 날더러 삼성전자에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여러가지 답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 또한, 누군가 삼성전자가 잘 못하고 있고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다시 여러가지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에 필요한 것에 대해서 금주에 친한 동료와 함께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주중에는 이를 보완하는 긍정적인 활동도 있어서 여기 적어본다.
나는 삼성전자가, 혹은 우리 연구소가, "생각의 씨앗을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흔히 아이디어란 반짝반짝 빛나며 번뜩 떠오르는 무언가로 생각을 하지만, 굳이 날더러 분류하라면 그런 것들은 생각의 씨앗이라고 분류하겠다. 회사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제대로 된 아이디어란 단순히 핑 머리를 스치는 수준을 넘어서, 사업에서의 수익창출과 비즈니스 영위를 어떻게 해 나갈 수 있는지, 서비스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생각의 씨앗을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려면 시간을 좀 내어서 이런 저런 방향들을 구현도 해 보고, 적용도 해 보면서 모양을 잡아갈 시간이 좀 필요한데, 그런 기간으로 한두달 정도만 사용하면 그 씨앗이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될 지, 아니면 그저그런 것인지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생각의 씨앗을 아이디어화하는 단계에서 자유로운 상상과 시도를 하게 해 주고, 그 후에 아이디어들을 과감히 가지치기해서 돈과 인력을 집중한다" 라는 것이 이 글의 대체적인 요지가 되겠다.
그런데, 일전에도 글을 좀 썼었지만 우리는 씨앗이 어떤 아이디어로 될 수 있는지 테스트할 공작시간은 주지 않고, 씨앗 상태에서 이리저리 분석슬라이드만을 만드는 것에 익숙한데, 그런 것을 삼성의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하도 완전무결한 사전 분석을 강조하다보니, 아직 모호한 주제에 대해서 개발 비스므리한 것이 진행되는 것을 굉장히 겁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신, 씨앗상태로 홀딩시켜두고는 각종 보고자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조그맣게라도 1인 개발이라도 진행하면서 트라이를 해 보는 것과 비교할 때에는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참 적은 듯 하다. 또, 그런 보고자료를 계속 작성하는 것이 꼭 시간이 적게 걸리리는 것도 아니어서 가끔 효율이 참 떨어지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쉬비~~
(암튼 요 생각의 씨앗을 아이디어로 잘 만들도록 지켜봐주고 지원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씀!)
한편~~~
금주에는 기획팀이 연구소내의 아이디어들을 모은 것들 중 부사장님께 좋은 평을 들은 것들을 추려서 발표하였다. 이 발표는 bottom-up으로 아이디어를 모아서 top으로부터의 인정을 얻어 과제화를 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비록 부사장님 승인을 얻은 상태에서도 여러가지 헛점들이 발표시간에 지적이 되기는 했지만, 이런 활동들은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소의 미래를 위해서 bottom-up으로의 아이디어를 모아 과제화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획팀을 이끌고 있는 육현규 책임은 예전에 내가 처음 입사할 때부터 연구소에 있었던 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차례 발표하는 것을 봤을 때 참 똑똑하고 정열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금주에 발표하는 것을 다시 보니 현재의 자리가 매우 몸에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창기라 의도하는 일에 여러가지 한계가 있겠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획팀에 있는 김모 선임은(이제 책임인가?), 내가 5년 전에 창조관에서 교육을 받을 때 지도선배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하도 중후해 보여서 당시에 투밴드 책임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입사해서 보니 선임이어서 깜딱 놀란 적이 있다. 당시엔 지도선배들이 진행하는 모든 커리큘럼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서 "야 이 복잡한 스케줄이 어찌 이리도 착착 맞아떨어질 수가 있을까"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글에서 아쉬운 점으로 썼지만, 어쩌면 모호한 것을 해 보기 전에 싸그리 분석하고 예측하고 대비하는 문화 덕택에 그런 장점도 생기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