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PS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연말정산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했는지 비교해 보곤 했다.
올해만큼은 각종 정산꺼리들을 완벽하게 제출했었기 때문에 나는 내심 정산액 마이너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PS 금액의 8.5%나 정산액으로 빠져나가버렸다.
그래서 "아니 이게 왠 일이냐" 하고는 좌절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팀원들이 막 이야기를 하기를 20%니, 26%니 하는 소리가 들린다.
크흐흐.. 그럼 그렇지. 급좌절에서 급방긋이다.
갑자기 기분이 대박 좋아졌다. :)
연말정산액을 잘하는 비결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부금도 연말 정산액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사실 기부금을 내면, 기부금의 20% 정도를 세금에서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정산 때문에 기부한다고 하면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많이 보는 셈이 된다.
그러나, 갑자기 큰 돈을 받고 보니 조금이라도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래서 어딘가 기부하고 싶어서 손가락들이 꼼지락거리는 기분이 든다면 월드비전(http://www.worldvision.or.kr/)과 굿네이버스(http://www.goodneighbors.org)를 추천한다. 둘 다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기관들이 아니라 매우 공신력이 있는 기관들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체하면 아주 손쉽게 이웃을 도울 수 있다.
월드비전의 예전 이름은 선명회인데, 예전에는 선명회 합창단이 참 유명했었다.
(요새는 월드비전 합창단이 되었나? 아니면 애들 노래시키는 게 유행이 지나서 해체되었나?)
암튼 선명회는 문선명과의 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유사하여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름을 월드비전으로 바뀐 것일 지도 모르겠다. 월드비전은 한국전 직후 한국민들을
구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였는데,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호단체가 되어버렸다(세계적인 단체가 되어서 이름을 월드비전으로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월드비전은 국내 구호사업도 많이 하지만, 해외 구호 사업에 더 큰 강점을 가진 단체이다.
한편, 굿네이버스는 국내사업을 위주로 하는 단체이다. 몇년 전만 해도 굿네이버스의 팜플렛 같은 것을 받아 보면은 좀 엉성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요새의 굿네이버스는 홈페이지도 그렇고 한층 체계적으로 된 느낌이다. 월드비전도 그렇지만,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는 달마다 도움을 원하는 사례들이 올라오는데, 한번씩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 사연이 올라올 때면 참 마음이 아프다.
십수년 전에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부터, 서울에 있는 수많은 걸인들은 내 마음에 부담이었다.
처음에는 만날 때마다 동전을 넣곤 했는데, 너무 많기도 할 뿐더러 TV에서 보면 누군가가 업자처럼 그러한 일들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돈을 주어도, 돈을 주지 않아도 항상 마음이 찝찝했었다. 그렇지만 소액이지만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난 뒤부터는 그러한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다.
어찌 되었든 세상의 모든 경우를 내가 다 도울 수는 없는 것이니, "미안합니다만 나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곳에 기부해야 하겠습니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한결 편하게 지나치게 되었다.
몇 주 전에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 김용성 책임이 우리 가서 주말에 방제작업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을 때, 사실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왜냐면 평소에 몸 움직이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터라, 솔직히 이 추운 겨울에 바람을 맞으면서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해 보니 "너무너무너무너무" 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_-;
사실 나는 참 게으른 사람이다.
특히 몸을 움직이는 일에 대해서 그렇다.
오죽하면 5년동안 레포츠를 다녔는데,10분 거리의 레포츠센터에 걸어서 다녀온 경험이 다섯 손가락으로도 셀 정도이다. 부모님의 경우 두 분 다 그렇게 부지런하신 분들인데, 누나와 동생들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데 주저함이 없는데, 왜 나만 이렇게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까... 나도 어디 MT 같은 데를 가면 솔선수범해서 밥상도 척척 차리고, 민책임처럼 고기도 착착 구워내고, 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나, 사실 그렇게 솔선수범을 하려고 해도 이리 가서 뭘 옮기고 저기서 뭘 가져오면 되겠다는 그런 생각 자체가 머리 속에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런 일들을 잘 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하고 움직이기 보다는, 십수년 간의 경험에 의해서 몸이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어와 뎌 디위랄 어이하면 알 거이고....
나는 평생 노력을 해도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래!! 어떤 사람은 구호 단체의 직원이 되어서 최전방에서 돕고, 어떤 사람은 몸을 가지고 방문해서 돕고, 어떤 사람은 작지만 돈으로 보태고, 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지..." 라고 게으른 이의 변명을 삼으면서 오늘도 살아간다.
PS. 쥐꼬리만큼 기부금을 내면서 온 웹에 publish하는 blog post로 나 기부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쓰려니 참으로 쑥쓰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요새는 기부를 밝히고 동참을 유도하는 게 대세라 유행에 좀 따라보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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