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다녀온 단둥 출장에서는 목숨이 간당간당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정말 "이러다 비명횡사하지" 하는 생각에 공포에 떨었었다. -_-;
중국의 단둥은 북한의 신의주랑 맞닿은 도시이다.
얼마만큼 맞닿아 있는고 하면, 용산구와 서초구가 한강을 끼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맞닿아 있다. 물론 사이에 낀 강은 한강이 아니라 압록강이며, 신의주는 북한의 북서쪽 끝에 있다. 한편, 압록강은 한강 너비의 약 2/3 정도 되는 넓이를 가지고 있으며, 물은 유감스럽게도 더러운 편이다. -_-;
단둥과 신의주 사이에는 다리도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중 우호교라고 해서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교역을 담당하는 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압록강 단교라고 해서 일제시대 때 지었으나 6.25 전쟁시 미군 폭격으로 중간에 끊긴 철교이다. 둘 다 역사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다리들이다.
한국에서 단둥에 가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쉽게도 직항은 없다.
그래서 단둥이 속한 중국 랴오닝성(요녕성: 옛날 우리 표현대로라면 요동 + 요서가 되겠다)의 성도인 선양(심양)에 가서 230KM의 거리를 달려서 단둥에 가든지, 다련(대련)에 가서 비슷한 거리를 달려서 가든지, 아니면 북경에 가서 단둥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택한 노선은 심양까지의 비행 후 단둥으로 전세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
우리와 여행사를 통해서 계약한 운전사는 심양공항에 카니발 비스므리한 차를 몰고 나타났다.
차도 좋고 조용하고 고속도로도 몇 군데 공사중인 곳들을 제외하면 한적하고 좋았다.
그런데, 딱 하나,, 후덜덜했던 것이 있었으니!!
한 한시간쯤 달리고 나서 잠에서 깼는데, 왠지 차가 차선을 삐딱하게 밟으면서 달리는 것이다.
"이 운전사 취향 참 독특하네" 하면서 계속 보고 있으려니 1차선과 2차선 사이의 분리선을 계속 품에 품으면서 달린다. 명색이 선단 Express Way(선양 - 단둥간 고속도로)이고 속도는 120을 훨씬 넘게 달리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것 참 이상하네" 하면서 룸미러를 통해서 운전사의 눈을 보는 순간 공포는 시작되었다!!!
운전사가 5초 간격으로 눈거풀이 스르르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다. 다행히 눈을 감고 1초씩 지나는 일은 없었는데,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니 이거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더욱이 쉬었다 가가자고 중국말을 할 수 있는 김차장은 완전 딥슬리핑 중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뒤에 앉은 이영진 과장도 공포에 떨면서 룸미러를 계속 지켜봤다고 한다. -_-;
한 10분동안 공포에 떨다가 생각했다.
'이대론 도저히 큰 일이 나겠구나.' '쉬었다 가자고 내가 말을 해야겠다.', 그런데 '쉬었다 가자'가 중국말로 뭐지??? 나름 "엘리트 중국어" 교재를 들고 공부하고 있지만 나의 중국어는 전혀 엘리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게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러나, 5분여의 고심 끝에 결국 나는 성공했다. 우하하~
운전사에게 말을 건넸다.
"Ni yao xiuxima?" => "당신 휴식이 필요합니까?"
답변이 온다. "뿌요" => 필요 없습니다.
뿌요는 왠 뿌요!!! 내가 보니깐 "Tingyaode(정말 필요해요)" 던데 =.=!
암튼 다행스럽게 그 말을 건넨 뒤에는 눈깜빡이는 것을 멈추고 다행히 더 이상 졸지 않았다.
그런데, 잠에서 깨고 나서는 완전 미친듯이 칼질을 하기 시작한다. 으허헉.. 특히 2차선에서 서행하고 있던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서, 과속으로 쌩쌩 가고 있던 1차선 버스 앞으로 끼어들 때에는 아드레날린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아드레날린이 확 품어져 나오면서 등줄기가 꼿꼿해진다. 아웅.
차에서 내리니 모두 죽을 고비 하나 넘겼다고 웅성웅성.
다음엔 꼭 비행기를 타든지 기차를 타든지 암튼 저 전세택시는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어도 외국어인지라 표현을 배워도 수시로 까먹게 되지만, 이 때 쓴 "휴식이 필요합니까" 표현은 죽을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 언제든 필요할 때 써 먹어주마.
NI YAO XIUXIMA?
이것이 진정한 서바이벌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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