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효릉에서 내려오니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공원의 내부에는 각종 동물의 상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보러 가기로 했다.
한 300 미터 정도 되는 길을 따라서 저런 석상들이 줄을 서 있느데, 말, 코끼리, 사자, 기린, 낙타 등등이 양쪽으로 마주보면서 조각되어 있다. 설명에는 황실의 존엄과 순결한 위풍당당함을 표현한다던가, 뭐 그런 설명이 한글으로도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홍책임은 순결한 앙드레김 아저씨가 좋아하는 포즈로 한 컷~ ^^
일단 이마를 마주댄 후 관객들을 향해 살며시 고개를 돌려주는.. 바로 그.. ~~
근데, 저 길을 좀 걷다보니 밤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서 중간에 이만 명효릉에 작별을 고하고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밤은 어둡고 이거참 어디로 나가야 할 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저 쪽을 보니 그나마 출구처럼 생긴 곳이 있어서 우리가 들어온 곳은 아니었지만 일단 나갔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고 보니 그 곳이 주차장이지 버스 승강장이나 택시 승강장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뚤레뚤레 방황을 하다가 택시가 좀 더 잘 잡힐법한 길로 걸어나갔는데, 그 곳에서 우리는 버스 승강장을 발견하고 만 것이었다.
아래 사진의 내 뒤로는 한 열두어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선 우리들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라면 후불제 교통카드를 쓰겠고, 택시라면 미터기 나오는 대로 돈을 내면 되는데, 도대체 중국 버스는 돈을 얼마나 내야 할 지 몰랐던 것이다.
바로 이 때!!!!
단 2개월 온라인으로 배운 나의 헐렁한 중국어가 빛을 발하였던 것이다!!
저기서 오는 버스를 보고는 번뜩 머리속에 드는 말을 버스에 오르며 태연하게 말해버렸다.
양웨이 뚜오샤오친? = 두 사람 얼마예요?
답변이 길게 오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생각은 그 때 들지 않았다.
다행이도 버스 운전사는 짧고 간단하게, "양웨이 이콰이~" 라고 대답해 주었다.
양웨이 이콰이... 두 사람 일위안이라는 이야기이다.
오... 이콰이. 이위안을 내라는 소리구나 하고 동전 두 개를 넣고 탔다.
일단 질문도 했고 대답도 해석을 했으니 이 어찌 뿌듯하지 않을 쏜가.
오래되어서 달리는 중에 온 창문이 터져나갈 것 같은 소리를 내는 버스 안에서 홍책임을 바라보는 나의 얼굴은 그야말로 득의양양한 자랑스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연방 "어허허 이거 내 중국어가 통하잖아?" 라는 말을 하면서 마음껏 뽐냈던 것이었다. 의기양양!! 만면득의!! (중국에선 뭐든지 네 자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하오도 하오하오하오하오 이렇게 네번씩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버스는 알고 보니 공원 순환버스였다. 그래서 출구와 가까운 곳에 내려서는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었다. 다들 우루루 내릴 때 따라서 내려보니, 저 멀리 걸어갈만한 곳에 큰 길이 보인다. 그래서 슬슬 홍책임과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큰 길로 걸어갔다. 다음 목적지는 저녁식사 해결. 저녁식사로는 남경연구소 이부장님이 보내준 출장자용 PPT 파일에 있던 사천식 요리집을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요리집이 지도상으로 지금 있는 위치와 가까운 것 같긴 한데, 어느 쪽으로 택시를 타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바로 대로변에 있는 호텔 1층에서 문을 열어주는 꾸냥에게 음식점 이름을 알려주면서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 아가씨가 친절하기도 하지... 자기네 호텔에서 먹는다는 것도 아닌데, 문가의 근무지에서 나오더니 직접 큰길까지 와서는 택시를 잡아준다. 사실 그렇게까지 안 해 줘도 되는데, 기대 이상의 친절을 받으니 가슴이 아주 땃땃해져 온다.
택시를 타고 사천식 요리집에 도착을 했는데, 완전히 만원이다. 담배연기가 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종업원도 다가오질 않고 해서 어물쩡하는 사이에, 때마침 변검 공연이 시작되었다. 야, 이런 재쑤가 있나....
역시 변검 공연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근데 나보고 저거 한번 배워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왜냐면 저 가면이 겹겹으로 얼굴에 쌓여 있는 것이 갑갑할 것일 뿐더러, 가면도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수년간의 땀과 침으로 범벅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변검 공연하는 사람들은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힘들지만, 냄새를 참는 것도 고역일 터이다 ^^
아무튼 이 만원인 식당에서 도저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흡연석에 새로 만들어주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세 가지 음식을 시켰다. 이 식당은 사천식 식당이라서 음식에 매운맛 지수를 고추갯수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답게 겁대가리 없이 고추 3개짜리를 첫번째 음식으로 시켰다. 이게 크나큰 패착으로 드러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음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각종 라면 스프 100개쯤을 물에타서 농축을 시킨 걸로 국물을 만든 후, 매운마늘만 골라서 마구갈아서 섞어놓은 데에다가, 소금도 왕창 뿌려놓은 맛을 가지고 있다. 시험삼아 몇 점 먹어보다가 완전히 give up..
어쨌건 요놈은 X다. 쩝... 저 상태까지 먹고는 도저히 더 이상 젓가락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꼬치구이.
이 녀석은 좀 먹을만 했다.
홍책임은 이게 입맛에 딱 맞는지 아주 잘 먹었다. 나도 그렇게 나쁘지 않게 잘 먹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먹다 보니, 두 음식의 매운맛이 입술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생전 처음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희한한 증세를 경험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입술이 떨리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 모습.
중국에 대한 좋은 책을 몇 권 남긴 강효백 교수의 저서 "중국놈 중국인 중국분"을 읽어보면, 사천사람들은 음식이 맵지 않을까봐 걱정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맵고 얼얼하다. 그게 한국처럼 달짝지근한 매운 맛이 아니어서 매운 맛이 우리에게 썩 잘 와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고추가 하나도 안 그려진 아주 순한 놈 하나를 골랐다. 희여멀건한 계란없는 순두부국 같은 것이었는데, 이걸 먹으니 매운 맛에 시달린 입과 혀가 그나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
그렇게 해서 첫날 저녁음식도 맛을 다 보았다.
아래 사진은 음식선정에 있어서 우리에게 판정패 정도를 안겨준 바로 그 음식점
그렇지만, 변검 공연을 또 잘 봤으니 그럭저럭 총체적으로는 무승부 정도 되는 듯 하다.
자, 다음 스토리는 본격적인 면접 이야기~
ps. 그런데 서바이벌 중국어를 뿌듯해하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양웨이 이콰이를 분석해 보니, 내가 실수해서 일위안을 더 준 것 같다. 중국어는 이얼싼쓰라 이콰이 하면 1위안인데(즉 한 사람당 1/2 위안), 내가 2위안으로 생각해 버린 것 같다. 역시 나는 중국어 하수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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