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에는 간단히 AceDB 회식이 있었다.
원래 회식의 목적은 새로운 Query Processor의 개발 작업을 종료한 홍책임과 진선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때마침 권교수가 산학과제 최종발표를 하러 오게 되어서 "올타쿠나" 하고 같이 갔다. 2차할 때에는 신선임까지 합류하여 시끌벅적하게 이야기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1차로 해물찜 같은 걸 좀 먹어주니 벌써 9시, 2차로 맥주 좀 하다 보니 바로 새벽 2시...
나는 2시에 집에 택시타고 홍책임이랑 집으로 갔는데, 권교수는 집에 가기 싫다고 진선임과 신선임을 꼬셔서 새벽 4시까지 마셨다고... 어쩐지 그 담날 출근해 보니 아침부터 진선임이 자리에 고꾸러져 있었다. 아,, 이건 프리맨인 교수가 비즈니스맨들 완전 농락한 것이여~~ :)
2차에서 권교수의 교수생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래서 좋고 저래서 안 좋고 등등 이야기를 하다가 희규씨가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물어왔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한 우책임님은 사람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권책임, 이책임, 강선임, 이책임 같은 인재들을, 다음 기회에 또 재미있는 일들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재들을, 강력히 잡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예요?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저나 김선임이 나가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에게는 아주 통렬한 질문이고 민감한 질문이다.
1년 전에 영석씨가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며,,
내가 나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날 충분히 희규씨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좀 이야기하려고 말꼬는 텄는데, 바로 권교수가 딴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기도 하였고 술도 좀 마셨던 터라 충분히 생각을 전달할 준비가 안 되었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에 술자리를 하고 난 이후에 내 머리속에 그 질문이 맴맴 맴돌아서 어떻게든 정리를 하고 싶었다.
이 Post은 희규씨가 물었던 그 치명적인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글이기도 하며,
수년간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다.
음... 사실 그 뛰어난 사람들을 왜 내가 적극적으로 잡지 못했는가는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직장과 일에 대해서 내가 나름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믿음 때문이다.
첫번째 믿음은 "사람은 자신의 재능에 맞는 곳에 가서 재능을 꽃피울 때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재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내 재능이 무엇인지를 드디어 각성(?)하게 되었다. 그것이 약 2년 반 쯤 전의 이야기이다. 그 뒤로부터는 다른 이들의 재능을 알아내는 것에도 관심이 아주 많아졌다. 일에 있어서의 나의 코드는 "Fun"이고 나는 팀원들이 모두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일터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려면 재능과 맞아떨어지는 일을 해야 하니 어찌 관심을 안 가질 수 있겠는가.
아무튼 학교로 간 두 사람은 확실히 교수직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재능들이 있었다. 만일 훌륭한 교수가 될 만하지 않은데 학교로 가고 싶다고 했다면 "너 거기 가면 불행해진다" 라고 강력하게 말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 꽃 필 수 있는 곳에 가겠다는 이를 막는다면 안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내가 적극적으로 두 사람을 막지 못한 이유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뛰어나게 일해온 만큼 일하기가 참 팍팍해졌지만 보낸 후에 마음이 아주 괴롭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두번째 믿음은 잭웰치의 말처럼 "핵심인재는 영혼과 지갑에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영혼과 지갑에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여 이직하는 경우는 재능을 발휘하러 이직한 경우와 달리 지속적으로 마음을 괴롭힌다. 이책임과 강선임의 경우 확실히 그 재능은 학교보다는 회사에서 빛을 발할 만한 것들이었다. 이책임이 미국으로 떠날 때에는 어떤 보상을 더 하여 잡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 지 알아보았는데, 참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강선임의 경우도 마찬가지...
돌아보면 정말 구차한 변명 같지만, 이 사람이 회사에 얼마나 뛰어난 일들을 해 줄 수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은 좌절스러우리만큼 너무나 적었다. 금전적인 보상도, 도전할 영역의 선택도, 글로벌한 경험도,,, 너무 많은 부분이 나의 재량 밖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내 재량 밖의 일이었다" 라고 생각을 해도 지속적으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정말 좋은 팀 리더라면 어떻게 감언이설을 펼쳐서라도 인재유출을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순진한 리더라서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탁월한 리더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나와는 다른 "바른" 길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이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짐 콜린스나 토마스 마킹엄에게 편지라도 한 통 써 봐야 할까나...
다만, 지난 번에 중국에 김용성 책임과 같이 출장을 갔을 때에 와인을 마시면서 나눈 말이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잘 해야 되나면, 구글이나 MS가 직원을 대하는 것과 삼성전자가 직원을 대하는 것의 차이를 우리가 메꾸어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정말 잘해야 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와인을 넘겼었다. 그런데, 적어도 올해만큼은 그런 고민이 해결되었다. 올해에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좋은 목표들이 있고, 그 목표들을 이루는 과정에서 확실한 성장도 기대되고, 잘만 되면 경제적 보상도 있을 것 같다.
한편, 얼마만큼을 롱텀으로 보아야 할 지 잘 모르겠으나, 결국 롱텀으로 생각해 볼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아주 명쾌하게 둘로 나뉜다. 첫번째는 팀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보상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도 직장을 바꾸버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 팀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보상과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도록 삼성을 바꾸는 것이다(삼성전자 전체가 안 바뀌더라도 그 만큼의 재량권을 확보하든지).
만약 둘 다 이룰 수 없다면, 내 재주의 미천함을 인정하고 보습학원에서 코흘리개들이나 가르치면서 살란다.. 인재를 다 잃은 채로 팀을 리딩하는 것도, 뛰어난 인재들에게 걸맞지 않은 대우를 참고 살라고 말해야 하는 것도 둘 다 참을 수 없으니까...